본문 바로가기

라이프 인사이트

공간이 사람을 지배하는 이유

반응형

사진: Unsplash 의 Jack Sloop

 

5년간 카페를 전전하며 일하다 사무실로 이사를 왔다. 사무실에서 일처리 하는 게 몸도 마음도 쾌적했다. 소호 사무실에서도 일 해봤지만 16평 정도 되는 사무실에 호수 뷰까지 좋으니 일할 맛이 났다. 그래서 공간이 사람을 지배한다는 사실에 대해 적어본다.

 

 

1. 좁은 공간은 작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5, 6년전 6개월 정도 소호 사무실에서 개인 사무실을 구했다. 작은 사무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공간이었는데 로비는 쾌적했다. 창문 없이 책상 의자가 전부였고,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었다. 딱 1주일만. 

 

그 이후로는 답답하고, 창문도 없으니 로비 테이블에 앉아 창가쪽에서 작업했다. 1개월 후 창문 있는 같은 층 다른 공간으로  옮겼어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벽만 보이고 답답한 닭장 같은 곳에서 일하자니 돈이 아까웠다. 그래서 답답하지 않고, 넓은 카페로 옮겨 다니며 작업했다. 불편할 때도 있지만 공간이 넓고 층고가 높으니 행복했다.

 

작고 좁은 공간에서는 그 공간만큼의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내가 일본을 가보기전에는 비행기도 안타보고, 외국과 연결된 일은 절대 생각할 수 없었다. 일본을 다녀오고 나서는 나에게 필요한 아이디어도 충족된 상태로 업그레이드 돼서 일이 잘 풀렸다. 

 

고시원에서부터 사는 동네, 다녀본 여행지가 사람을 좌우한다. 외국을 다녀온 사람과 아닌 사람은 생각하는 범위 자체가 다르다.

 


 

2. 높은 곳은 색다른 시야를 가지게 한다.

우리가 걸어다니고 생활하는 공간은 주로 낮은 곳이다. 대체로 건물 1층에서 많이 생활하는 편이다. 물론 회사가 고층이라서 고층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낮은 곳에서 보는 시야와 탁 트인 높은 곳에서 보는 시야는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이태원의 지대가 높은 카페, 고층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보면 안다. 적어도 63 빌딩 고층에 올라가서 커피 한 잔 해봤다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위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전경은 무언가 성취한 듯한 기분에 취하게 만든다. 또 멀리 지평선을 바라보면 명상하는 상태와 비슷하게 된다. 마음이 평온해지고 평온하면 일에 도움 되는 아이디어가 생각난다. 그 결과 일이 잘 굴러가는 선순환이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높은 층고에 큰 창문이 있다면 하루가 지나는 바깥 풍경을 보고, 날씨가 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잠도 잘자게 된다. 하루에 아침 해를 5분 보고, 저녁노을도 5-10분 보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리듬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고층에서 보는 해가 훨씬 뷰가 좋다.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 때도 있다. 시간을 내지 않아도 잠깐 물 한잔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면 자연스레 휴식이 된다. 높은 곳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생기고 신기하게 일이 잘 풀렸다. JYP 박진영 씨도 비행기에서 작곡을 자주 하게 된다는 얘기를 했다. 국민 히트곡 Tell Me도 비행기에서 작곡했다는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비행기라는 특수한 공간이라서 그런 것인지 높은 곳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1층 대신 고층이 주는 특별함이 있다.

 


 

3. 새로운 공간에서는 새로운 생각을 가진다.

위에 말한 것과 비슷한 얘기다. 비행기처럼 새로운 공간이면서 높은 공간이 색다른 생각을 떠올리기 좋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다. 낮고 좁고 축축한 곳에서는 기분 좋은 생각을 떠올리기 어렵다. 낮고 넓은 대지에서도 좋은 생각을 떠올릴 수는 있다. 높고 넓은 곳에서는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 높은 곳에 있으면 아찔하지만 짧은 찰나의 순간 여러가지 생각들이 지나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만일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살아남을지 걱정하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못한 말도 떠올렸지만 순간 멀리 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다가 순식간에 롤러코스터는 도착지점에 와버렸다. 

 

멀지 않은 제주도에 갈 때만 해도 마찬가지다. 귀가하는 비행기에 타서 잠시 구름 사이를 지날 때 여러 생각이 든다. 앞으로의 미래는 지금 나에게 달려있다는 생각과 어떻게 새로운 일을 개척해 나갈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새로운 공간이 주는 이점은 매번 하지 못하던 새로운 아이디어를 준다는 점이다.

 


 

4. 공간과 환경이 전부다.

더운 나라에서는 방한 용품이 필요없다. 이 사실은 너무 당연한가? 그렇다면 더운 나라에 사는 사람은 손난로, 등유 난로, 보일러, 목도리 같은 용품을 떠올릴 일도 거의 없다. 생각이 그쪽으로 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실행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마찬가지다. 사람은 자신이 사는 공간과 환경에 따라서 생각한다. 전 세계 창업가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이려는 사실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구글이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애플 본사도 실리콘밸리 근처에 있다.

 

사자성어로 근묵자흑이 있다. 검은 것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말이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넓은 공간, 높은 공간, 층고가 높고 탁 트인 공간에서는 큰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중국에서 괜히 만리장성이 나온 게 아닌 듯하다. 생각이 클수록 멀리 보고, 넓게 생각하게 된다. 높은 곳을 갈 수 없다면, 좁은 공간을 크게 활용하려고 노력하면 된다. 깨끗한 환경을 만들려고 청소하면 된다. 좋은 공간의 경험을 느껴보려고 여기저기 다녀보는 것도 좋다.

 

작은 환경에 처한 상태에서 "나는 여기까지가 한계야"라고 말하긴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넓은 곳으로 나갈래"라고 말해야 한다.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 아이작 뉴턴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이 거주하는 환경과 주소지가 사람을 만든다. 원하는 환경을 조금씩 계속 업그레이드하면 된다. 

반응형